[movie]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 (비긴즈 ~ 다크나이트 라이즈)
무엇이 옳고, 그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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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되게 잘 봤다.
영화라는 게, 배우의 얼굴을 가까이 볼 수 있다 보니 배우의 섬세한 묘사나 인물 설정이 조금 더 빨리 눈에 들어오더라. 사실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를 보려던 이유는 오직 '히스레져'였는데, 보면서 시선을 빼앗아 간 것은 '크리스찬 베일'이었다. 이중생활을 하는 브루스 웨인을 너무 섹시하게 잘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베일 정말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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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굉장히 이상한 순서로 봤다.
시리즈 물에 대한 의심이 많은 편이라, 이른 바 '보장 된' 편을 먼저 보고 좋으면 다른 편도 보는 편인데. (대표적으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그렇게 봤다. 물론 2편은 흥행에도 실패했고, 비판 받은 부분도 많았다고 알지만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원체 찌질한 아싸, 너드남인 피터 파커를 너무 인싸에다가 킹카로 만든 것 같기는 하지만... 존잘인 걸! 어쨌든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 스톤의 케미에 반해서 뒤늦게 1편 봄.) 어쨌거나 이런 저런 나만의 이유로 히스레져의 조커를 보고 싶어서 다크나이트를 가장 먼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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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하자면.
(굉장히 주관적. 연출가를 꿈꾸는 아이 치고 예술적으로 작품 보는 눈도 부족할 뿐더러 감각도 부족하다.) 명백하게 선과 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었는데, 나는 배트맨에서의 조커 묘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정말로. 조커가 어떻게 인생을 살아왔건, 그의 부모가 얼마나 끔찍하고 잔인한 사람이건 아니건 간에, 그런 모든 것들은 조커의 잔인하고 잔혹한 행위들을 '정당화' 할 수 없다. 해서도 안 되고. 이런 면에서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주관적으로, 히스레져의 조커는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완벽했지만 배우가 만들어낸 인물의 엄청난 매력에도 불구하고 조커에게 연민의 감정은 하등 생기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커는 단 한 순간도 불쌍한 놈이 아니었다. 줄곧 나쁜 놈이었고, 못 돼 처먹은 놈이었다. 조커가 자신의 시그니처나 다름없는 찢어진 입에 대해 설명하는 말은 매번 바뀐다. 그 말인 즉슨, 단 한 순간도 진실 되게 말한 적 없다는 뜻이겠지. (물론 실제로 벌어진 일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믿지 않는 것도 자업자득. 조커에겐 연민이란 감정을 느껴선 안 된다.)
사실 비긴즈도 그렇고, 다크나이트 라이즈도 그렇다.
대개 분노를 가진 사람들이 범죄를 일으킨다. 타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는지,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그 분노를 돌린다. 브루스 웨인도 그러했다. 분노를 가졌고, 범죄를 일으키려고 했다. 부모님을 살해한 노숙자를 총 쏴 죽이려고 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분노를 정의로 바꾸는 법을 배웠다. 그가 비록 어둠의 기사라고 할지라도, 그는 정의를 위해 힘을 키웠다.
그러니까 우리는 정의를 믿고 희망을 갖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라스 알굴처럼 모든 것을 포기해 버려서도, 조커처럼 선량한 이들을 잔혹하게 괴롭혀서도, 베인처럼 잘못된 사상을 이어 받아서도 안 된다. 아직 정의를 믿는, 희망을 가진 누군가가 있기에. 세상에 그런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99%가 악인이라 할지라도 우린 정의를 좇아야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