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youtube.com/watch?v=3rPCPzCxLLo
과제를 하다가 우연히 두 조합을 만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꿀 조합.
건조하다 못해 버석하다고까지 느껴진 세일즈맨의 죽음을 나상현씨밴드의 '눈맞춤'하고 같이 읽으니 괜히 먹먹해지더라.
윌리가 떠난 후, 남은 비프의 마음이 꼭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노래를 듣고 있다.
공부하기 싫고, 과제하기 싫을 때마다 티스토리로 자꾸 도망치게 되는 요즘.
물론 그 사이에 트위터도, 인스타그램도, 페이스북도 서성이다 끝끝내 티스토리로 오는 거긴 한데 그래도 글 쓰러 오는 거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자러 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하고 합리화한다.
몇 달째 『세일즈맨의 죽음 (Death of a Salesman)』하고 작별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젠 정말 작별할 때가 온 것 같다. 내일 23시 59분이 되면 에세이 쓰기 과제가 끝나니까, 당분간은 쳐다도 안 봐야지.
과제한답시고 책만 3권을 샀는데 (머리가 안 좋으면 장비라도 좋아야지!) 3권 다 읽을 때마다 달라서 오히려 머리만 복잡해졌던 것 같다. 앞으로 걸을 길이 계속 이 길이라면, 아마 앞으로도 3권 이상의 책을 사서 계속 읽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번역마다 다르고, 책마다 수록하고 있는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다면 그래도 명색이 전공생인데 읽어야지.
가장 처음으로 읽었던 건, 범우사에서 나왔던 책. 지금 책을 쉐어하우스에 두고 와서 자세하게 적지는 못하지만, 번역이 꽤나 고루하게 느껴졌던 버전.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절 우리나라가 그랬다. 딱히 번역을 비난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 읽으면서 몰입이 되지 않아서 원서를 장만하게 됐다. (어느 30대 형제가 '그랬수?, 어쩌누.' 이런 말투를 쓰나! 그때는 몰라도 지금은 읽기 버겁다) 원서가 가지는 느낌은, 확실히 번역된 책과는 달랐다. 언어가 가지는 그 언어만의 강한 힘. (뮤지컬 넘버 번역할 때 언어를 살리도록 노력해야 한다던 뮤지컬 보컬 교수님 말씀이 갑자기 확 떠올랐다.) 세 번째로 읽은 게 민음사 버전인데, 범우사 버전보다는 읽기 수월했다. 원서의 매력은 역시나 느껴지지 않았지만 내용 파악하기에는 적격! (근데 고전은 반대다. 고전은 범우사가 읽기 편했고, 민음사 버전이 더 어려웠다.)
시간이란 게, 참 야속하다. 어찌할 겨를도 없이 재빠르게 지나가버리면서, 그 사이에 우리가 성장하기를 바란다. 무방비한 우리는 그 찰나 속에 상처받고 말아. 비프도 그랬으리라.
모든 실패의 화살을 윌리에게 돌리는 비프를 보며, 너도 잘못됐어. 너도 그러는 거 아니야. 라고 몇 번을 말하고 싶었는데, 그런데 이게 부모 자식 간의 관계인가 싶기도 해서 비프를 탓하기가 조금 어려워졌다. 집에서도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기분이었을 것 같아서, 나의 치부마저 사랑해주는 부모가 아니라 나의 치부를 없애기 바빴던 부모를 사랑하기에는 비프는 아직도 너무 어린아이였나 싶어서.
아직 과제가 좀 남아서... 짧게만 덧붙이고 가자면
내가 이 작품을 연출할 때는 완전 비프에 집중하고 가고 싶다. 얼마 전 예술의 전당에서 했던 '세일즈맨의 죽음'이 아들의 감정에도 관객이 공감할 수 있게 했다던데, 못 봐서 무척 아쉽고. 요즘 관객들은 윌리보다는 비프에게서 더 얻어갈 게 많지 않나 싶다. 과제 끝나고, 종강하면 여유롭게 다시 읽으면서 각색도 한번 해보자! 아자아자 별로면 뭐 어때~! 했다는 거에 의의 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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